맥주를 맛있게 마시는 법

나는 맥주를 매우 좋아하며 즐겨마신다. 애정을 가지고 맥주를 맛있게 마시는 법에 대해 적어본다

맥주를 찾는 이유와 즐기는 상황은 모두 다르다.
그러나 맥주가 부담없이 마실 수 있어 행복한 술이란건 변함없다.

금요일 늦은 저녁, 퇴근길에 맥주 하나를 사서 집에 들어왔다. 샤워를 하기 전 냉장고에 사온 맥주를 넣어두었다. 갓 샤워하고 나온 몸에서 물기가 마르기 시작할 때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냈다. 잔에 가득 맥주를 따르고 그 위를 거품으로 닫았다. 코를 가까이 대고 향을 맡으니 피로가 사르르 풀린다. 한 모금을 입 안 가득 채우고 혀를 굴리다 꿀꺽 삼킨다. 맛과 향을 즐긴 뒤, 더위를 식힐려는 듯 벌컥 벌컥 들이켜도 본다. 맥주 한 잔으로 행복해지는 밤이다.

 

맥주 준비하기

맥주 선택 ㅣ 마트에 진열된 수많은 맥주들 사이에서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면 우선 아래 세 가지 중 하나를 골라보자.

라거
속 시~원하게 차가운 맥주를 벌컥 벌컥 마시고 싶을 때

에일
향도 즐기며 여유롭게 한 잔 하고 싶을 때

와일드 비어
시거나 독특한 맛을 보며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맥주를 맛보고 싶을 때

요즘엔 맥주 이름을 검색 한 번만 하면 어떤 종류의 맥주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아무거나 고르지 말고 그 날의 기분을 잘 달래줄 것 같은 맥주를 골라보자. 진열된 수많은 맥주들 앞에서 도대체 뭘 골라야 할지 감조차 안온다면 아래 적혀진 내용을 확인해보자. 그 뒤 자신의 취향에 맞는 맥주 종류를 검색해서 마음에 드는 맥주를 골라마시면 된다.
* 아래 정보를 읽어둔 뒤, 소개팅 자리, 혹은 연인과 맥주를 마실 때 아는 척을 하면 꽤 있어보인다(고 주변 지인이 말해줬는데 사실인지는 아닌지는 모른다.)

맥주의 종류는 크게 상면 발효(라거) / 하면 발효(에일) / 야생효모 사용(와일드비어)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으며 특징이 서로 명확하게 다르다. 각 맥주 종류는 여러 스타일로 나뉘는데, 보통 맥주 병/캔에 어떤 스타일인지 적혀져 있으므로 구매할 때 참고하면 된다.

상면 발효 맥주는 발효중에 표면으로 떠오르는 효모로 발효시킨 맥주다. 맥아 농도가 높고, 10~25도의 상온에서 발효하기 때문에 효모의 활동이 활발해 색이 짙고 알코올 도수가 높다. 진하고 깊은 맛, 과일 같은 풍부한 향이 특징이다. 여기에 속하는 맥주 스타일은 윗비어(벨기에식 밀맥주), 바이젠(독일식 밀맥주), 스타우트, IPA , 포터, 페일 에일 등이 있다.

하면 발효 맥주는 10도 정도의 저온에서 발효시킨다. 낮은 온도에서 발효하기 때문에 상면발효 맥주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탄산)를 포함한다. (기체는 액체의 온도가 낮을수록 더 많이 녹을 수 있다)  색이 투명하며, 깔끔하고 시원한 맛, 톡 쏘는 탄산이 특징이다. 더운 여름에 벌컥벌컥 시원하게 마시고 싶을 때 딱이다. 라거, 필스너, 둥켈, 엑스포트, 복 등이 있다. 19세기 중반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라거는 독일어의 ‘lagern(저장하다)’에서 유래됐다. 낮은 온도에서 장시간 저장시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와일드 비어는 공기 중의 고온 발효 효모와 각종 박테리아에 맥주를 노출하여 발효시킨다. 톡 쏘는 신맛과 상큼한(혹은 시큼한) 맛이 특징이다. 다른 맥주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풍부한 맛과 향을 가지고 있다. (말 그대로 과일 향부터 곰팡이·먼지 냄새까지 풍부한 향을 가지고 있다) 신맛 때문에 사워 비어(sour beer)라고도 불리기도 하지만 모든 와일드 비어가 반드시 신맛을 내는 것은 아니다.  맛은 기분좋은 신맛도 있지만 “으악!!! 셔!!” 를 내지를 식초같은 신맛도 있으므로 구매하기 전에 해당 맥주를 검색해보는 걸 추천한다. (+ 가격대가 다른 맥주에 비해 높은 편이다) 와일드 비어는 람빅, 플랜더스 브라운, 플랜더스 레드, 뉴웨이브 사우어로 분류된다. 

* tip – 자신이 고른 맥주를 세계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점수를 줬는지, 순위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면 아래 사이트를 참고해보자
www.ratebeer.com
www.beeradvocate.com

최근 제조일자 ㅣ 맥주는 유통 기한이 없다. 그래도 최근게 좋다. 오래 보관되는 과정에서 산화 등으로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맥주 병/캔에는 언제까지 먹어야 온전한 맛을 느낄 수 있는지 ‘품질 유지 기한’이 적혀 있다. 

보관 ㅣ 맥주를 마시기도 전에 맛이 변한다면 참 속상할 일이다. 시원한게 아무리 좋다지만 맥주는 0℃ 이하로 보관하지 않도록 한다. 맥주가 지닌 고유 맛을 잃을 수 있고, 용기가 파손될 수도 있다. (알코올 도수가 낮을수록 얼기 쉽다) 물론 고온이나 직사광선 아래도 피해야 한다. 어둡고 선선한 장소에 보관하다가 맥주를 마시고 싶은 날에 미리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만드는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

온도 ㅣ 맥주는 무조건 시원하게 벌컥 벌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나 많다. 그러나 이건 많이들 마시는 라거일 경우고, 맥주는 종류마다 마시기 좋은 최적 온도가 다르다. 요즘 많이들 찾는 에일맥주의 경우 풍부하고 상큼한 향이 특징인데 이걸 라거마시듯 아주 차갑게 마시면 고유의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향은 휘발성 물질이라 차디찬 온도보다 조금 더 높은 온도가 향을 즐기는데 도움이 된다.

온도가 찰수록 – 아로마와 풍미를 감추고 탄산이 쎄게 느껴지며,
온도가 높으면 – 아로마가 풍부해지고 톡 쏘는 탄산 느낌은 줄어든다.

아주 차갑게 ㅣ 2 ~ 4.5℃ 
라거, 그냥 시원하게 먹고 싶은 저려미 맥주

차갑게 ㅣ 5 ~ 7.5℃
헤페바이젠, 쾰쉬, 필스너, 화이트비어

약간 차갑게 ㅣ 7.5 ~ 10℃
페일 에일, 인디에 페일 에일, 포터, 스타우트

시원하게 ㅣ 10 ~ 12.5℃
아메리칸 스트롱 에일, 벨지언 스트롱 에일, 잉글리시 비터,  세종, 스카치/스코티시 에일, 사워 에일

미지근하게 ㅣ 12.5 ~ 15℃
더블 IPA, 임페리얼 스타우트

맥주잔 ㅣ 캔/병째 마시지 말고 잔에 따라 마시자. 투명한 맥주잔에 따르면 우선 맥주마다 다른 특유의 색깔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잔에 따르면서 적당한 맥주 거품이 만들어진다. 거품은 맥주가 공기와 접촉하여 산화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맥주 종류마다 어울리는 잔은 다르다. 맥주는 종류마다 각기 다른 맛과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차이를 명확하게 느끼며 즐기려면 종류에 따라 적합한 잔에 마시는게 좋다. 

예를 들면, 밀맥주는 잔의 아랫부분이 오목하게 들어가고 윗부분은 볼록하게 나오다가 제일 윗부분은 다시 살짝 좁아지는 모양의 바이젠 글라스에 마시면 좋다. 이러한 잔의 모양은 밀맥주의 특징인 기분 좋은 바나나향을 맥주잔 안에 가두기 위해 고안된 형태이다. 

각 모양의 잔을 따로 구매할 수도 있지만, 맥주제조회사에서 만든 전용 잔에 따라 마시는게 제일 좋다. 그 맥주를 제일 맛있게 마실 수 있도록 고안된 잔이기 때문이다. 만약 각 맥주 종류별로 잔을 살 여력이 안된다면, 대형마트에서 맥주 4캔 정도에 전용잔 1개를 추가 구성한 세트를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다. 반드시 모든 맥주 종류별로 잔을 구매할 필요는 없다. 종류가 비슷한 맥주끼리 같은 잔을 사용해도 괜찮다.

만약 잔 종류에 따른 맛의 변화가 궁금하다면 동일한 맥주를 여러 모양의 잔에 나눠 따른 후 마셔보자. 향이 덜 느껴지거나, 맛이 덜 세련되게 느껴지는 등 잔 별로 맛과 향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 각 잔별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인터넷에서 ‘맥주잔 종류’를 검색하면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 모든 전용 잔을 구매할 필요는 없다. 비슷한 맥주 종류끼리 잔을 공유해서 사용하면 된다.

 

맥주 음미하기

맥주를 즐기는 건 캔/병을 여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치익~!’ 소리에 가슴이 설랜다. (청량함을 극대화 하고 싶다면 귀에 대고 캔을 따보자) 곧 이어 준비한 잔에 맥주를 따른다. 

맥주잔 준비하기 ㅣ 먼저 준비된 맥주잔이 깨끗한지 확인하자. 잔의 더럽거나 기스가 나있는 부분은 이산화탄소 거품이 생성되는 지점이 되어 거품의 양을 조절하기 어렵게 만든다. 마시기 전에 잔을 차가운 물에 빠르게 씻어주면 더 좋다. 이는 이산화탄소 거품이 생선되는 지점을 효율적으로 감춰줘서 맥주를 따를 때 거품이 너무 많이 생성되는 걸 방지해준다. 

따르기 ㅣ 잔을 45도로 기울여서 맥주캔과 좁은 간격을 만든다. 너무 먼 간격에서 따르면 공기가 맥주 속으로 많이 들어가 거품이 과다하게 생기니 주의한다. 그렇다고 너무 거품 생기지 않게 극도로 조심히 따르라는 건 아니다. 이산화탄소가 어느정도 빠져나올 여유를 줘야한다. 거품없이 따르면 맥주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오질 못하고, 이상태로 마시면 과한 이산화탄소로 인해 속이 불편해진다. 잔과 캔 사이 간격을 좁힌 상태에서 알아서 나오게 따르면 적당하다. (병을 흔들며 따르는 사람은 없을거란 가정하에)

유리잔이 절반 정도 찰  때 유리잔을 바로 세우면서 따른다. 잔을 세우면서 맥주도 잔의 측면이 아닌 중앙에 따라지도록 한다. 잔이 세워질수록 거품이 생성되는걸 볼 수 있다. 잔 끝에 거품이 도달할 때 따르는 걸 멈춘다. 거품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마시자. 맥주의 상단에 생긴 거품은 맥주의 탄산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아주고, 맥주의 산화를 억제하는 뚜껑같은 역할을 한다.

* 기네스, 바이스 비어 등 일부 맥주는 따르는 법이 약간 다르다. 기네스는 캔을 딴 뒤 위젯에서 질소가 나올 때까지 5초정도 기다린 뒤 따르며, 다 따른 뒤에는 서징현상이 다 끝날 때까지 기다린 뒤 마셔야 한다. 바이스 비어의 경우는 위에 서술한 맥주 따르는 법과 비슷하되, 병에서  대략 1~2cm 정도는 남겨두고 따른다. 맥주 밑에 남아있는 가라앉은 효모를 따르기 위해 병을 흔든 뒤 마저 잔에 따라준다.

거품 ㅣ 맥주와 거품의 비율이 7:3이 되도록 따르는게 일반적이나 각자 입맛따라 따르는게 답이긴 하다. 그러나 거품 없이 따르지는 말자. 거품은 탄산가스와 아로마가 공기와 접촉하면서 산화하는걸 막아준다. 거품이 너무 많은 것도 좋지 않다. 탄산가스가 빠져나가 상쾌한 느낌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아로마 ㅣ 맥주는 향으로 각자의 맛과 개성을 예고한다. 마시기 전 잔에 코를 가까이 대고 복합적인 향을 맡으며 즐겨보자. 맥주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마시기 ㅣ 한모금을 입안 가득 마신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맛과 향, 탄산의 느낌 등을 즐겨본다. 어떤 맥주는 청량하고 깔끔한 맛이 지배적일테고, 어떤 맥주는 잎 안에 꽃이 피는 듯한 풍부한 향과 부드러움이 느껴질 것이다. 그 맛과 순간을 즐겨라. 마시는데 정해진 법칙은 없다. 더운 날 집에 퇴근하고 들어와서 냉장고에서 꺼낸 라거를 벌컥 벌컥 마시면서 느끼는 청량감도 맥주를 즐기는 방법이니까.

안주 ㅣ 여유가 있다면 선택한 맥주와 어울리는 안주를 준비해보자.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맥주 종류에 따라 어울리는 안주가 다르다. 뭐를 먹어야 할지 정말 감이 안잡힌다면 ‘마시고자 하는 맥주 종류 + 안주’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거나 맥주 관련 책을 찾아보면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다만  흔히들 말하는 치킨+맥주는 맛있긴 하지만 통풍에 걸릴 확률을 높히므로 건강에는 정말 좋지 않은 조합이다. 야채 혹은 치즈는 맥주와 좋은 조합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자기 입맛에 맛있는게 정답이며 사람마다 제각각이긴 하다.

 

맥주를 맛있게 마시는 법을 적어뒀지만, 반드시 이렇게 마셔야 한다는 법은 없다. 자신의 입으로 느낀 맥주의 맛과 코로 맡은 향이 제일 중요하다.

* 만약 글을 읽은 김에 색다른 맥주를 마시고 싶다면  아래 영상을 봐보자. 생각보다 기네스와 아이스크림은 너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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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맛있게 마시는 법”의 한가지 생각

  1. 아이스크림과 맥주의 조합이라니 ㅎㅎ 나중에 함 먹어봐야겠어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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